[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적색 거성과 백색 왜성
밤하늘에 꽉 찬 별도 마치 사람처럼 태어나서 나이를 먹고 늙어서 죽는다. 죽은 별의 잔해는 새 별이 만들어질 때 재료로 쓰이기도 하고 새로 태어난 별 주위를 도는 행성이 되거나 그 위에 존재하는 생명체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가 하는 것의 답은 바로 별이다. 우리 몸뚱이를 포함해서 삼라만상 모든 것은 별에서 왔다. 이 우주는 별이 만든 92가지 기본 원소로 구성되어 있다. 그 기본 원소가 이리저리 결합하여 별도 되고, 행성도 되고, 우리의 몸을 이루기도 한다. 이 우주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런 기본 원소가 모였다가 해체되기를 되풀이하고 있다. 우리 별인 태양은 그 구성 성분으로 미루어 제3세대 별, 그러니까 태어났다 죽기를 두 번 하고 나서 세 번째로 탄생한 별이다. 우주는 별들이 그렇게 윤회하는 터전이고 어쩌다 그 부산물인 우리가 생겨났다. 자연과학 서적 중에 'Red Giant and White Dwarf'라는 제명의 유명한 책이 있다. 적색 거성과 백색 왜성에 관한 책인데 별의 일생 이야기다.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이 텅 빈 우주 공간에 수소 구름이 서로의 중력에 끌려 한곳에 모이기 시작하여 생긴 것이 별이다. 별이란 그런 수소 원자가 핵융합 하여 헬륨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빛과 열에너지를 방출하는 거대한 핵융합 공장이다. 연료인 수소가 넉넉할 때는 영원히 식지 않을 듯 타오르는데 이때를 주계열성 단계라고 한다. 우리의 별인 태양이 바로 그 과정에 있는 별이다. 그러므로 별이란 중력 붕괴로 인해 안으로 수축하려는 힘과 핵융합으로 생긴 복사 에너지 때문에 밖으로 팽창하려는 힘이 균형을 이루며 한동안 그런 상태를 유지하는 천체를 말한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어서 원료인 수소가 다 떨어지게 되면 별의 크기에 따라서 각기 다른 최후를 맞는다. 별의 크기가 태양의 1/13 정도 되는 원시별은 수소 핵융합을 시작도 하지 못하고 갈색왜성이 되어 사라진다. 피어보지도 못하고 사그라지는 꽃과 같은 처지여서 감히 별이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그보다는 크고 우리 태양의 세 배 정도 되는 원시별은 주계열 단계라는 핵융합 과정을 거친 후 연료인 수소가 고갈되면 표면이 팽창하는데 이때를 적색 거성이라고 부른다. 지금부터 45억 년 전에 태어난 태양은 핵융합으로 빛과 열을 내는 주계열성 단계인데 앞으로 80억 년 잘 버티다가 적색 거성 단계를 지나 결국 지금 지구 정도 크기의 백색 왜성이 되어 그 종말을 맞을 것이다. 태양 질량의 3배에서 15배 정도 되는 덩치가 큰 별들은 주계열성 단계와 적색 거성 단계를 거친 후 초신성 폭발을 한 후 중성자별이 된다. 마지막으로 태양보다 15배 이상 큰 별들은 별의 수명이 아주 짧은데 결국 적색 거성이 되었다가 초신성 폭발을 한 후에 남은 것의 질량이 태양의 세 배 이상 되는 것들은 블랙홀이 된다. 이 우주에 가장 흔한 별들은 그 크기가 우리 태양 정도 되기 때문에 대체로 원시별은 주계열성 단계를 거친 후 적색 거성이 되었다가 남아 있던 빛과 열을 계속 방출하는 백색 왜성으로 그 생을 마치게 된다. 물론 백색 왜성도 수천억 년 후에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흑색 왜성이 된다고 한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거성과 적색 적색 거성과 백색 왜성 흑색 왜성